2017년 브랜드 론칭을 앞두고 시그니처 배스 & 바디 라인을 기획하던 시절, 우리는 프랑스 남부 그라스에 위치한 ‘국제 향수 박물관’의 정원에서 깊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야외 온실이자 살아 있는 아카이브라 할 수 있는 이 정원은 수 세기에 걸친 향수 제작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플로럴, 허브, 우디 등 다양한 향 계열로 구분된 이 공간은 자연의 유기적인 아름다움과 질서 있는 구조적 논리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곳입니다. 장미, 라벤더, 자스민이 주를 이루지만, 그 사이로 미모사와 감귤류, 수목, 이국적인 향신료들도 함께 어우러져 있습니다.
이 향기로운 풍경의 중심에는 ‘향의 나무(scent tree)’라 불리는 섬세한 일러스트레이션이 놓여 있습니다. 향수를 구성하는 식물과 원료들 간의 관계를 시각적으로 기록한 지도이자, 향의 계보를 그린 계통도입니다. 각각의 가지는 서로 다른 향 계열을 대표하며, 독립적이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5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지역에서 정교하게 발전해온 향의 예술, 곧 짧고도 찬란한 꽃의 계절을 음미하는 감각이 이 한 그루의 나무에 담겨 있습니다. 이 ‘향의 나무’ 구조는 이후 우리의 향 컬렉션을 위한 체계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우디 계열의 오크모스, 허브 계열의 버베나, 플로럴 계열의 제라늄 등 단일 원료로 구성된 각 향 콘셉트는 이 체계에 따라 구축되었습니다.
체계적인 정리 방식, 정제된 간결함, 그리고 자연의 유기적인 아름다움. 이 세 가지 요소는 우리의 디자인 철학을 이루는 핵심이며, 동시에 브랜드 그래픽 아이덴티티 전반에 깊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반복되는 단순한 형태로 구성된 그리드 구조는 우리의 컬렉션 곳곳에 흐르고 있습니다. 소재의 구성, 패브릭의 두께, 컬러 패밀리, 그리고 식재료에 이르기까지 — 그리드는 우리의 향뿐 아니라 모든 촉각적이고 감각적인 경험을 보여주는 프레임이 됩니다. 그것이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