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목소리로 표현된 것들, 침묵과 여백 속에 놓인 대상들에는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미니멀한 음악이나 절제된 문장, 일본 도자기나 스위스 타이포그래피, 1950~60년대 브라운을 위한 디터 람스의 디자인, 혹은 북유럽 기능주의 건축과 디자인의 유산까지 — 이러한 요소들은 우리 디자인 철학과 실천 방식에도 다채로운 영향을 주었습니다.
ARKET이라는 이름은 스웨덴어로 ‘한 장의 종이’를 의미합니다. 이는 무한한 가능성과 창의성, 즉 ‘빈 종이’의 상징이며, 동시에 우리의 컬렉션과 시각 정체성 전반에 흐르는 공통된 맥락인 ‘단순함’을 나타냅니다. 여기서 여백은 단순한 배경이 아닌, 능동적 요소로 기능합니다.
ARKET 로고는 브랜드 이름을 대문자로만 구성해 담백하게 표현했습니다. 다양한 응용 환경에서 제품과 콘텐츠가 브랜드 이름보다 우선 전달되도록 설계된 자체 서체를 사용해 기능적인 브랜딩 시스템을 완성했습니다. 검정 글씨와 흰 배경 — 가장 단순한 구조 속에서 본질에 집중하고, 시선을 핵심 요소로 이끄는 구성 방식입니다. 전시 공간에서 흔히 말하는 ‘화이트 박스’ 개념 역시 같은 원리를 따릅니다. 불필요한 요소를 걷어내고 나면, 그 안에 놓인 작품, 사물, 혹은 아이디어가 중심이 됩니다.
하지만 ‘기능’이라는 개념은 언제나 유동적입니다. 몇 년 전, 우리 팀은 프린트와 패턴을 조사하면서 미니멀한 디자인 안에 표면 장식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을지를 고민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초기 모더니즘의 핵심 사상 — 장식성과 본질, 목적과 명확성, 기능과 형태 사이의 균형 — 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비교적 좁은 주제에서 출발한 이 프로젝트는, 결국 오늘날 기능주의 안에서 ‘아름다움’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더 넓은 논의로 확장되었고, ‘형태가 곧 기능’이라는 믿음을 더욱 굳건히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제품에서 느껴지는 감정과 음악만큼 본질적인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