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리타 제이콥스를 이야기할 때 ‘프렌치’라는 단어는 빼놓을 수 없습니다. 프렌치 스타일, 프렌치 특유의 무심함, 치밀하게 계산되었기에 도리어 애쓰지 않은 듯 보이는 스타일링까지. 그녀를 완벽히 설명하는 수식어이자, 그녀 스스로도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다만 그녀가 정의하는 프렌치 스타일은 전형적인 틀을 따르기보다 ‘어디서 멈춰야 할지 아는 절제’에 가깝습니다. “아침에 공들여 꾸민 것처럼 보이지 않으려 해요. 사실은 아닐지라도, 무심하게 입은 듯 보여야 하죠. 너무 정돈된 모습은 원하지 않거든요.” 그녀는 말합니다.
그렇다고 손에 잡히는 대로 대충 입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녀의 스타일링은 익숙한 옷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입는 사람 고유의 매력을 더 깊이 끌어내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결국 특별함의 한 끗 차이를 만드는 건 작은 디테일이에요. 컬러, 소재, 주얼리, 혹은 여기에 브로치를 하나 달거나 허리에 스카프를 두르는 식이죠. 저에겐 어디든 레드 포인트 하나만 더해지면 비로소 룩이 완성돼요. 메이크업을 거의 하지 않는 편이라 레드가 제 메이크업 역할을 해주는 셈이죠. 레드는 기분을 북돋아 주고, 그 자체로 나라는 사람을 말해주니까요. 레이어링 역시 제게 중요한 요소예요. 하루를 보내며 하나씩 레이어를 벗어낼 수 있다는 점이 꽤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엉뚱하면서도 유쾌한 감각은 어디서 나오는 건가요?’ “아무래도 부모님, 특히 어머니의 영향이 가장 큰 것 같아요. 어머니는 옷을 직접 만들어 입으셨고 플리마켓에 가는 걸 정말 좋아하셨거든요. 아주 독창적인 분이셨죠. 학교 앨범 사진을 찍는 날이면 늘 저희 자매에게 호피 무늬 타이츠나 분홍색 드레스, 미키마우스 옷, 멜빵바지 같은 걸 입혀주곤 하셨어요. 스타일을 시도하는 데 정말 과감하셨죠. 반면에 아버지는 늘 데님만 입으셨어요. 결혼식 때도 데님을 입으셨을 정도였고, 데님 팬츠에 데님 셔츠가 거의 유니폼이었죠. 정말 독보적인 개성을 가진 커플이었어요. 그 감각을 부모님께 그대로 물려받은 것 같아요.”
‘요즘은 어디서 영감을 얻나요?’ “저는 영화를 정말 좋아해서 영화에서 영감을 많이 받아요. 그리고 90년대 패션 화보들도 제게 큰 영감을 주죠. 어릴 때부터 사진이나 이미지에 관심이 정말 많았거든요. 언니한테 90년대 모델들 이름을 다 외우게 하고 퀴즈를 낼 정도였으니까요. 항상 모델들과 그들의 스타일, 특히 런웨이 밖에서의 스타일링에 완전히 매료되어 있었어요.
제게 깊은 영감을 준 책이 하나 떠오르는데, 바로 위르겐 텔러(Juergen Teller)의 사진집 예요. 사진 속 인물들의 담백한 모습과 애써 꾸미지 않은 듯한 자연스러운 스타일이 참 인상적이었죠. 이미지에 대한 제 애정은 아주 어릴 적부터 패션을 바라보며 키워온 감각에서 시작된 것 같아요.”
2026년 겨울, ARKET은 패션 에디터 롤리타 제이콥스(Lolita Jacobs)와 함께 특별한 프로젝트를 준비했습니다. 그녀가 패션 화보를 기획하듯 ARKET의 컬렉션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풀어낸 것이죠. 이번 캠페인은 파리 곳곳을 누비는 롤리타의 여정을 담아냅니다. 그녀의 언니이자 작가 겸 감독인 자바 제이콥스(Java Jacobs)의 나레이션으로 전개되는 필름은 사무실과 동네 골목을 오가며, 자바 특유의 유머와 위트 있는 시선으로 완성한 롤리타의 개인적인 초상을 보여줍니다.
“이 필름은 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우리 자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해요. 언니의 시선에 담긴 제 스타일의 변화 과정이랄까요. 타임머신을 타고 런던 센트럴 세인트 마틴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도 들어요. 늘 머리 스타일을 바꾸며 이것저것 시도해 보던 실험적인 시기였죠. 하지만 그거 아세요? 지금 돌아보면, 그 모든 시간 속에 분명 하나의 연결고리가 존재해요. 당시 런던은 에디 슬리만, 피트 도허티, 케이트 모스가 주도하는 스타일에 흠뻑 젖어 있었는데, 저는 늘 거기에 약간의 한 끗 차이나 위트를 더해 나만의 방식으로 변주하곤 했거든요. 전 전형적인 프랑스 사람이고 단순함을 좋아하지만, 옷을 입을 때는 늘 나만의 유쾌한 개성을 한 푼얹는 편이에요.” 롤리타는 말합니다.
“그리고 그때의 제 모습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일하는 엄마이자, 여전히 그때의 감수성을 간직한 채 옷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죠.”